유어스 사태 들여다보기

동대문모아 0 407 2017.03.29 16:26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한동안 영화 `곡성' 중에 나왔던 이 대사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관행과 형식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본질은 보지 못한다는 외마디 절규다.

이 대사가 서울시와의 끝없는 갈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동대문 대표 상권 동대문 유어스 현장 상인들의 한탄과 오버랩된다.

과연 1조원 브랜드가치라는 ‘동대문 유어스(U:US)'상권을 유지하면서, 서울시가 주장하는 법적 명분도 세우는 상생의 해법은 없는 것인가.

지난 2006년부터 10년 동안 서울시에 기부채납 방식으로 운영되던 ‘유어스’상가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운영권이 서울시로 이전됐다.

그런데 서울시가 산하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 운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에서 DDP패션몰이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출발한다고 밀어붙이자, ‘유어스’상인들은 ‘동대문 유어스 상인협동조합’을 결성하며 상권 유지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유어스 전경.
서울시는 법규와 원칙에 따라 모든 사항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이미 서울시의 상가 인수 작업을 방해하는 행동이라며 상인들을 공무집행 방해로 소송을 걸어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년이라는 시간과 에너지, 투자를 통해 일궈낸 상권을 굳이 새로운 시스템으로 갈아엎으려는 서울시의 관치행정적 행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서울시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공무원들의 대답은 상인들의 사정은 딱하지만 법적근거가 없어 해줄 방법이 없다라는 말뿐이다.

불안 초조한 것은 상인들이다. 매출이 반으로 줄어 가장 큰 피해자이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1조원 가치라는 ‘동대문 유어스’브랜드가 붕괴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군더더기 다 떼고 쿨하게 보자.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적 위기 상황에 의류 수출을 위한 대표상권인 동대문 상권에서 ‘뭣이 중헌디’하고 묻는다면 다 떠나서 기존 잘나가는 상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백번 중하다.

또한 `악법도 법'이라는 말도 있지만, 대체 이나라에 서민들의 행복보다 더 중한 법이 있다는 말인가.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아도, 브랜드 하나 성공시키는데 350억원이라는 자금이 투입되며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는데, 검증되지않은 새로운 조직과 브랜드로 상권이 살아날 가능성은 어렵다. 이는 이미 동대문의 여타 패션몰들의 흥망 성쇠를 통해 반면교사로 입증된 일들이기도 하다.

서민들이 자연발생적으로 이뤄놓은 상권을 흩어놓았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는 과거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인해 청계천 기존 상인들을 장지동에 건설된 인공 상권으로 강제이주시킨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청계천복원사업은 결국 청계천 기존 상인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관계자들 가운데는 동대문 유어스와 당시 청계천 상인 강제이주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유어스의 경우는 더 말이 안된다.

청계천 강제이주는 어찌되었건 서울시의 총체적인 개발 전략에 따른 희생양이었다. 청계천 복원으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었고, 주변 주민들에게 ‘청계천문화’를 선사했다는 궁정적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유어스 사태는 서울시가 큰그림으로 새롭게 기획하는 개발전략의 일환때문이 아니라, 유어스가 하던 사업과 전혀 다름이 없는 업종을 사업주체만 바꾸어 갈아엎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수 없다. 자리 빌려주고 땅값 건물값 자산가치 올려놓았으니. 이젠 부동산 개발이익으로 서울시 재정 채우려는 의도는 설마 아니길 바란다.

서울시의회의원과 유어스 상인들이 유어스 사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유어스 상인들에게 기득권 인정하는것은 특혜라면서, 일반 상인들에게도 유어스 입점의 기회를 주고 문호를 개방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새로 들어오는 일반 상인들이 10년이라는 긴세월동안 여러차례 시행착오 범해가며 만들어놓은 유어스를 단기간내에 대체할수 있을까. 아마도 또다시 시행착오 범하며 최소한 10년 이상 걸릴것이고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대중문화를 통해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4년 2월 가왕 조용필씨가 27년만에 자신의 히트곡 31곡에 대한 저작권을 완전히 되찾은 일이 화제가 됐다.

조씨가 데뷔 초기 음반사와 잘못된 계약을 하는 바람에 오랜기간 자신의 노래를 재녹음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물어야하는 역설적인 해프닝이 계속 일어났다. 참다못한 조씨는 1997년 저작권 반환을 위한 소송을 했으나, 패소했다.

그러나 음반사는 그로부터 17년후 조씨에게 해당 권리를 돌려준다는 공증서류를 법원에 접수시켰다. 저간의 경과와 배경은 ‘5년간 비밀로 한다’는 상호 약조에 따라 구체적으로 알려지지않았지만, 조씨측은 음반사측의 선의로 해석했다.

조씨는 물론, 같은 입장의 저작권자들과 팬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가요를 사랑하는 대다수 팬들은 그간의 악습을 철폐한 결과에 대해 쌍수를 들고 반겼고, 일반 대중들도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윈윈하고 상생한 것이다. 이는 법과 원칙만이 능사는 아니며, 그보다 더 큰 가치와 해법이 분명 있다는 반증이다.

동대문에서 패션몰 하나 성공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디자인 원단 봉제 마케팅 운송 유통 수출까지 모든 과정이 우리 몸의 동맥과 정맥에서 모세혈관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하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1조원이라는 브랜드 가치 평가를 믿을 수 없다고 폄하한다. 1조원 브랜드 가치 평가를 매긴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단법인 산업정책연구원이다. 이런 기관의 평가결과를 못믿겠다면 뭘 믿어야하는 건가.

또 서울시는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으면 다른 곳에 가서 또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쇼핑몰의 실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이다.

‘유어스’는 패션몰 안에 있는 점포 상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반경 5km내 동대문 패션몰 인근 창신동 숭인동 골목까지 실타래처럼 연결되어있는 인프라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조직이다. 지금은 바다 너머 중국 광조우에까지 연결되어있다.

다른 곳으로 가라는 말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말과 같다. 중국 유커들의 급감으로 유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동대문 상권에서 지금 서울시가 해야할 일은 오히려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상을 주고, 지원해야할 일이지, 어렵게 일으켜놓은 상권에 법적 잣대 들이대며 망가뜨릴 일은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민 행복의 대명사로 잘알려져있다. 아마도 그간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선 불출마선언 등으로 동대문 상권 밑바닥까지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박시장이 서울시장 본연의 책무로 돌아오고 있다. 서로가 다 내려놓고, 사태의 본질과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면 법테두리내에서 해결할수 있는 상생 방안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시민과 연결되어있는 소셜시장실 원순씨’라는 코너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강병원 스포츠한국 부국장>
동대문모아 0 407 2017.03.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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